직장생활

만39세 2억 연봉 달성기 #3 - 퇴사 위기가 올때

6am 2022. 7. 10. 03:11

<2022년 싱가포르 마리나 샌즈 베이 앞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불가피하게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병이 있다.  그것은 바로 퇴사병.



흔히들 3년 단위로 찾아온다는 이 병은 나 또한 피해갈 수 없었다.



이유에 머 다양하다. 업무에 대한 회의감, 인간관계의 어려움, 진급 누락, 가족 문제, 건강 문제 등등.



얼마 전 창고정리를 하다가 약 10년전 (즉 직장 생활 3~4년차) 상사에게 첫 퇴사 선언을 한 이메일 출력물의 발견했다.



일종의 전리품 성격으로 보관하고자 했나싶다. 읽어보니 구구절절했다. 당시 사실 힘든 부분이 있긴 했다.



악마같은 상사, 과중한 업무, 진로 고민 등은 어떻거든 버틸만 했다. 다들 겪으니까. 다만 가족 문제는 타협이 힘들더라.



당시 중동에서 파견근무를 하다가, 결국 퇴사 선언을 하고 현장을 나오는 길에 선배, 동료 분들께 인사를 드렸다.



그 중 한 선배님께서 (깊은 친분관계가 없었는데도) 해주신 조언이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퇴사 후 계획 있어?

아니요...

나도 너처럼 무작정 퇴사한 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무직 상태에서 구직을 하다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고,

그러다보면 결국 내 스스로 조건을 낮춰서 직장을 구하게 되더라.

내가 그랬다. 그러니 너는 그러지마라.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그 선배 말이 떠올랐다. 당시 젊은 혈기로 될대로 되라.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나오긴 했는데, 한국에서 머리도 마음도 식히고 상황을 돌이켜보니 막막하긴 했다. ​

당장 불러주는 곳도 없었는데. ​

이럴 때 찾아오는 또 다른 병이 있다. "내 꿈은 사실 xxx 였다" 병. ​

기존에 하던 일과는 정반대의 성격, 어쩌면 취미와 가까운 업종을 가지고 이게 원래 내가 가야할 길이다 라고 느끼는 병이다.



나의 경우에는 기존에 하던 건설업이 아닌 자동차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그 병이 찾아왔다. 국내 대기업에는 명함은 못내밀겠고, 그래도 나름 이름은 들어본 중소형 회사에다 메일을 보내고, 회사에도 찾아가서 인사팀 담당자분과 미팅도 해보았다.



당시 나의 나이는 32세, 직급은 대리였다. 그렇게 많은 나이도 아님에도, 인사팀 담당자의 답변은 대략 이러했다.



"업무 경력이 저희 회사 사업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만큼 경력 입사는 힘들고, 신입 사원으로 받기에는 나이가 걸린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자기보다 나이 많은 부하직원이 좀 불편할 수 있으니깐..." ​

생각보다 충격은 컸다. 그래도 아직 젊은데. 기존 직장에서도 나름 일 좀 한거 같은데..라는 자의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 그리고 얼굴에 철판을 깔기 시작했다. 복귀 휴가를 마치고 기존 직장으로 돌아가서 퇴사 선언을 번복했다.



같은 현장에서 동고동락한 동료들한테는 내가봐도 배신자(?)로 생각되기에 딱 좋은 상황이었다.



사실 가족 문제라 사실 아무에게도 자세히 얘기를 못하고 나왔다. 대충 진로 고민으로 퇴사한다고 말하고 탈출했다가 막상 본사에 와서 퇴사 안하고 팀을 바꿔달라고 한 상황이 되었다.



딱히 정해진 내 책상과 의자는 없었다. 그나마 친분이 있던 매니저님께 부탁해서 그분 팀 내 구석진 자리에 임시로 자리를 잡았다.



그 사이 지원팀으로부터 쿠사리도 먹었다. 무조건 죄송하다고 했다. ​

얼마지나 다행히 나를 좋게 봐주신 부장님 한분께서 본인의 팀으로 끌어주셨고, 해당 팀에서 쌓은 경력이 지금까지 이어지며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다.



오늘 글이 다소 길어졌는데 결론은 다음과 같다.



- 퇴사? 이직? 나쁜게 아니다. 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아래 조건은 지키는 것을 추천한다.



1. 기존의 직장을 다니면서(버티면서) 이직을 준비해라. 수면 시간은 줄겠지만 리스크 또한 훨씬 줄어든다. ​

2. 업종을 바꾸자고 할 경우, 대리만 되도 늦을 수 있다. 사원 때, 그것도 가능한 1~2년 차에 결정해라.



3. 퇴사하는 것이 용기인지 도피인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이다. 결국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결정한 뒤에 어떻게 해결해나가느냐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