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만39세 2억 연봉 달성기 #4 - 경력이 전과가 되면 안된다

6am 2022. 7. 12. 00:48

<2022년 6월 강릉에서>



어떤 직장을 선택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직장 내 어떤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어쩌면 이게 더 중요하다).



나의 경우 대학 졸업 후 별 생각없이 처음이자 유일하게 합격한 곳으로 입사해버렸는데, 그게 참 고맙다가도 후회 될 때도 많았다.



직업 특성 상 수 없이 국내와 중동을 드나드는 운명이 되어버렸는데, 그 덕분에 얻은 것도 또 잃은것도 참 많다.



합격 여부는 회사의 재량이지만, 회사 선택과 입사 여부는 지원자의 자유이니, 특히 본인이 대학을 갓 졸업한 구직자라면 조건이나 현실에 너무 타협하지말고 신중히 생각해보자 (고민한다고 꼭 답이 나오는 영역은 아니지만).



사실 어느 회사를 가도 "하..내가 여기를 왜왔지?" 라고 흡연장 혹은 지하철에서 되뇌일 순간은 있을 것이다. 분명히 면접때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놓구선. 그래서 그나마 내가 원했던 회사로 오면 그런 자책이 좀 덜하지 않을까해서 얘기해봤다.





본론으로 들어가, 입사 후 어떤 부서에서 어떤 업무를 맡을지는 사실 회사와 상사의 영역이다. 어떤 회사든 모든 임직원에게 모든 선택의 자유를 줄 수는 없을테니.



그러다보니 운이 따라야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설사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서에 좋은 잡포지션이 배정되더라도, 본인의 적성이나 재능과 맞지 않으면, 남들 보기에는 배부른 소리하는 놈이 될 수가 있다. 또 이를 깨닫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하기도 하다.



설사 꿀 빠는 부서에 들어가도, 그런 곳은 번외게임이 많을 수 있다. 다시말해 본업 외에 정치판이 심하거나, 상사가 주최하는 음주경연이 매일 열리거나, 아부와 중상모략이 판치는 곳일수도 있다. 즉 업무 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회사 다닌지 수년이 지난 뒤에서야, 부서를 바꿔달라 직책을 변경해달라 이것도 저것도 안되면 휴직한다, 퇴사한다, 이직한다는 일들이 매번 일어난다.



회사는 효율을 중요시 한다. 개개인의 사정은 우선 순위가 아닌 참고사항이다. 그러다보니, 어떤 일을 한 사람이 다음에도 그 일을 하면 경력자가 되고, 조금 더 하면 전(or 존)문가가 된다. 즉, 회사는 하던 놈이 계속 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입때 중동 쪽 업무를 배정받았다. 불쌍하니 나중에 북미나 동남아 쪽 업무도 한번 시켜줄줄 알았다. 하지만 10년 동안, 아니 내가 퇴사하는 날까지도 계속 중동 쪽 업무를 맡았다 (물론 내가 다른 기회를 제대로 못 챙겨먹은 점이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게다가 이직을 한 뒤에도 중동쪽 일을 하고있다. 내가 전생에 최소한 스핑크스였다는 확신이 자꾸 들었다. 중동 관련 경력이 하나씩 늘어갈수록, 마치 전과 기록이 쌓이는 것 같았다.



못난 생각이지만 회사를 원망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또 이런 장점이 있다. 아무도 원치 않을 일을 하게되다보면, 중간만 해도 본인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생각해보라. 인기부서, 인기보직의 경우, 이를 노리는 유능한 인재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근데 남들 줘도 안가지는 그런 일을 하면, 경쟁은 커녕 양보와 배려가 절로 꽃핀다. 서로 니가 해보라며.



그래서 이럴 바에 매번 피하지말고 직접 호랑이 입에 들어가자(물론 호구가 될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고 이직을 했다. 결론적으로는 연봉이 3배 이상이 뛰었다. 복리후생 생각하면 그 이상이다. 물론 돈이 다가 아니지만 3배 오래 일할바에 3배 더 받고 시간을 세이브하는 것이 낫지 않나.



경력에 관해 이런 고민이 들 수 있다. Generalist가 될 것인가, Specialist가 될 것인가. 나도 수없이 고민했다. 이에 관한 정답은 없겠지만, 적어도 다음과 같은 부분을 체크해볼 수 있다.



1. 나는 리더 타입인가 아님 독고다이 스타일인가?



A. 다시말해, 리더 타입은 내가 꼭 일을 잘 할 필요가 없다. 대신 남이 한 일을 잘 조합하고 조율해서 포장한 뒤 보고/발표를 잘 할 수 있다면 리더 타입이 낫다. 분명 이런 사람들이 있다. 숫가락을 잘 얹는 것도 능력이다. 이 경우 Generalist가 되는 게 낫다. 말빨과 임기응변이 셀 경우 이쪽이 낫다. 한 분야 보다 두루두루 업무를 익히는 것이 유리하다.



B. 반면에 나서기보다 조용히 혼자 준비해서 처리하는 것이 좋다. 어짜피 실력은 남주지 않는다. 내가 티내지 않아도 결국엔 남들이 다 인정할 것이다. 정치는 싫다. 말보다 글이 강하다. 임기응변 보다는 착실하게 근성있게 준비한다. 본인이 이런 마인드라면 Specialist가 되는 것이 낫다. 즉 한 분야를 계속 파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B타입이다. 어느 것이 낫다고는 할 수 없다. 매니저로서 성공할수도 (A타입), 전문가로서 성공할수도 (B타입) 있으니깐.



2. 구직 시장에 본인의 포지션을 검색해본다.



내가 하는 일이 경쟁력이 얼마큼 있냐를 판단하는 척도로서, 구글에 내 잡타이틀을 검색해보자. 어느 회사가 얼마나 뽑는지를 확인해보자. 또 가능하다면 개략적인 조건/연봉이 어떤지도 알아보자. 이렇게 함으로써, 내 일에 대한 직간접적인, 그리고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해당 포지션 관련 공고가 적다고 꼭 불리한 것은 아니다. 그만큼 경쟁도 적을 수 있기 때문에. 다만 타사에서 혹은 내가 이직을 하고 싶은 회사에서 나의 직책이 없을 경우,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자칫하다가는 현직장에 얽메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결론:

내가 끼치는 영향력이 클수록, 내가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많을 수록, 나의 연봉도 자연스레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연예인의 수입은 인기와 팬들의 숫자와 비례하는 것처럼.



회사에서 내가 원하는 일을 딱딱 맞춰서 할 수는 없다. 대신 주어진 일에 내가 적응할 수 있고, 하다보니 적성도 맞게 된다면, 성공할 가능성 또한 같이 올라갈 수 있다. 다만 정말 아니다 싶으면 최대한 빨리 방향을 틀자.